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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조 교수의 법률시평] 희망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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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Hit 7,262회   작성일Date 09-01-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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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 출발점

    丁相朝 (서울대 법대 교수)

     己丑年 새해는 로스쿨이 시작하는 첫해이다.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로스쿨을 설립하고 제1회 신입생을 선발했다. 우리는 로스쿨 신입생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신입생들은 법학전공생으로부터 의학, 공학,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까지 아주 다양하고, 그 연령도 21세부터 33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법학을 향한 열정에 있어서는 모두 한마음이다. 모범생으로 학부 때부터 법학공부를 한 사람도 있지만,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를 돌며 독도를 홍보하고 온 사람으로부터 FTA협상에 참여한 행정사무관에 이르기까지, 신입생들은 그 경험에 있어서도 다양하다. 육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들을 도와주고자 하거나, 금융일선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법률지식을 겸비하여 월가의 금융인들과 최전선에서 맞붙고자 하는 등 신입생들은 법을 배워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상 법대 또는 법학을 가르치는 대학원에 이렇게 다양한 경험과 전공 그리고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에는 아주 동질적인 소수의 모범생 집단이 모두 한결같이 판검사를 지향하는 ‘닮은꼴’ 문화가 지배해 왔다고 본다면, 앞으로는 2000명의 다양한 로스쿨 졸업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개성을 살려서 행정, 외교, 기업, 로펌, 정치 등 각 분야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신입생들도 커다란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로스쿨에 들어 왔고, 로스쿨도 신입생들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크다. 신입생들의 자질도 우수하지만 그들의 패기와 의욕은 그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법조인으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신입생들 가운데 대한민국의 Obama도 나오고 대한민국의 Bill Gates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제 로스쿨 아니 대한민국은 희망의 출발점 위에 서 있다. 요즘처럼 심각한 경기침체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희망을 꽃피우고 그 결실을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대 법대는 로스쿨 신입생들이 법학의 기초를 튼튼히 해주기 위한 “入學前 법학강좌(pre-session)”으로부터 시작해서 국제적 감각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해주는 Summer program, 법조윤리와 모의재판 그리고 재학중 실무수습과 다양한 임상법학(Legal Clinic)과정을 제공할 예정이다. 법학방법론에 있어서도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토론식 교육을 추진하고, 그러한 방법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국의 로스쿨과 상호 협력하고, 선진외국대학과 공동강의를 개발하는 것은 서울대 법과대학의 주요한 과제이다.

    로스쿨의 새로운 교육과정, 새로운 교육방법론, 지역과 국경을 뛰어넘는 강좌 등은 모두 한결같이 상당한 정보화(IT)와 재정적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 정부나 기업들은 로스쿨의 정보화 내지 투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부실한 건설회사들의 부도를 막는데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는 것보다, 로스쿨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의 개발과 IT기술을 위한 투자에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 로스쿨도 살리고 IT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는 묘안이 되지 않을까?

    사실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1년간을 돌이켜보면 MB정부는 로스쿨에 신경쓸 여유도 없었고 정치, 경제,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서 시의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 비난을 받고 있다. 18세기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자살하는 젊은이가 증가한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마치 베르테르의 효과가 21세기초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대 재생산되고 사상 최악의 사태들이 줄지어 일어났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惡이 쏟아져 나온 것처럼, 지난 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최악의 사태들로 가득 찬 기억하기도 싫은 한 해였다.

    그러나, 이제 己丑年 새해의 희망찬 아침이 밝아 왔다. 이제, 불신과 불만, 절망과 증오의 악순환을 마감하고, 새해의 희망을 찾아서 새롭게 출발해야 할 때이다. 판도라 상자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 것도 希望이 아니던가? 대통령과 국민 모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만큼 다 잃어버렸으니, 이제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그리고 차분히 미래를 위한 투자를 시작할 때인 것이다. 1930년대초의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정책도 그 경제적 효과는 미미했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와 희망 그리고 국민의 신뢰가 위기 극복에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통령은 아집을 버리고 국민들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전문가들로부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장기적인 차원의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로스쿨은 대학교육의 희망이다. 로스쿨 신입생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희망이 희망을 낳고, 그 희망이 또 다른 희망을 가져다 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면,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우리 모두 다시 웃을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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